서해일보 기자 | 함께 읽는 전자책 플랫폼 북이오가 편집자이자 에세이스트인 오경철이 브라이언 딜런의 '에세이즘'에 남긴 독서 기록을 발매했다.
에세이는 흔히 접근성이 좋은 장르로 분류된다. 특별한 상상력이나 기술이 없어도 쓸 수 있는 글, 배경 지식이 부족한 사람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친절하고 쉬운 글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에세이스트이자 비평가,저널리스트인 브라이언 딜런이 쓴 '에세이즘'을 읽다 보면 이런 인식은 무너진다. 저자가 수없이 읽고 체화해 우리에게 소개하는 에세이의 면면은 퍽 다채롭고, 때로는 불가해함을 주요한 특징으로 하기 때문이다. '좋은 에세이'를 읽는 기쁨이 결코 빠르게 넘어가는 책장에만 있지 않음을 이 책은 깨닫게 한다.
다만 저자는 아일랜드인으로 영미,유럽의 에세이에 익숙한 사람이다. 독자에게 소개하는 작품 목록에서도 버지니아 울프, 수전 손택, 롤랑 바르트 등의 이름이 눈에 띈다. 혹시 한국 작가의 에세이를 주로 접해왔기에 이런 이름들이 낯설게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한국에서 책을 만들고, 모으고, 써온 이의 안내에 조금 의지해 보는 게 좋다.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함께 읽는 전자책 플랫폼 북이오'에서 발매한 코멘터리북 버전을 읽으면 된다.
'코멘터리북'은 작가나 전문가, 인플루언서가 남긴 독서 기록(밑줄, 메모)을 본책과 함께 볼 수 있는 북이오만의 특별한 전자책이다. 앞서 의사이자 작가인 남궁인이 줄리언 반스의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에 남긴 독서 기록, 역자 장대익 교수가 '침팬지 폴리틱스'에 남긴 독서 기록 등이 코멘터리북 형태로 북이오에서 발매됐다.
'에세이즘'에 독서 기록을 남긴 이는 편집자이자 에세이 '편집 후기', '아무튼, 헌책'을 쓴 작가이기도 한 오경철이다. 평생에 걸쳐 책을 읽고, 만들고, 모으며 글을 써온 사람이기에 그의 기록에는 조급함이나 불필요한 거들먹거림이 없다. 본문에서 언급된 작품의 번역본 정보를 친절히 남겨둔 것 외에는 자연스러운 끄적임 그 자체다. 독자는 그가 남긴 메모에서 에세이를 대하는 딜런의 태도에 대한 깊은 공감을, 그의 밑줄에서 적확하고 아름다운 문장에 대한 순수한 감탄을 읽는다.
에세이를 즐겨 읽지만 에세이가 대체 무언지, 왜 에세이에 끌리는지 알기 어려웠던 독자에게 '에세이즘' 코멘터리북은 하나의 흥미로운 모험이 될 듯하다. 이 넓고 모호한 장르로 다가가는, 통념과 달리 그리 평탄하지만은 않은 길을 아일랜드와 한국의 두 작가와 함께 거니는 일도 꽤 즐겁지 않을까.